<빈-껍데기 핥기>
2023.8.13- 8.26
공간 루트
<빈-껍데기 핥기>
2023.8.13- 8.26
공간 루트
이도소작가의 개인전 첫시작은 ‘빈 껍데기 핥기’를 주제로 담아낸다
사라진 알맹이의 흔적이자 벗겨졌으며 또한 남겨진 껍데기를 핥고 있는 현시기 자아상을 비추어 볼 전시 일 것이다
보편적으로 껍데기란, 버려지거나 굴러다녀 사라지고 알맹이가 남는다 생각한다. 허나 매미의 유충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을 땅속에 있으며 비로소 변태한 성충은 3개월뒤 생명을 다하고 알맹이는 사라지며 껍데기를 남기고 간다.
또한 역설적이면서도 실제 인간은 생명의 숨이 끊어지거든 영원의 간절함을 담아 썩을 부속물을 솎아내고 겉 껍데기만이라도 영구보관하지 않았는가,
언젠가 그렇게 많은 생명 와중에 숨과 산소가 드나드는 통로가 막혀 더이상 우리 함께 호흡하지 못할 순간..사라질 알맹이와 껍데기는 어떻게 상호작용 하고 있을까,
한 보폭 떨어져 나 자신 혹은 그의 껍데기와 알맹이를 분리하여 바라본다면 어떠할까. 우리는 이 껍데기라는 물질과 알맹이라는 허상을 어떻게 뒤로하고 있는지 혹은 남겨두고 있는지
사라지고 있는지, 스물어덟 석사청구전을 마치고 2년의 공백과 응축 후, 첫 개인전을 올리는 이십대 작가로부터 캐캐묵고 낡은 사고를 말랑하게 전환하며 작가가 던지는 작품속
물음과 온도로부터 관조하고 사유해 볼 좋은 기회가 될 전시이다.
언젠가 성인이 된 남성이 들려준 어린시절 이야기가 떠오른다. 집을 몇일 떠난 엄마가 그리워 어미의 채취가 남은 원피스를 작은 몸에 둘러입고 옷깃에 코를 대어 그 알맹이가 돌아올 때까지
냄새를 맡고 맡았다고 내게 회상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시간 아이와 마주앉았다.
우리는 저마다 애절한 기다림을 껍데기에 붙잡아 두고 있곤 한다. 떄론 그것이 증오의 애절함으로 다가 올지도 모르지만..
이후 ’껍데기 벗기‘ 혹은 ‘껍데기 날리기’ ‘ 껍데기 부시기’ 등등 작가가 지정한 껍데기 라는 것은 새로운 변화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대중과 함께 풀어갈 것이다.
가늠은 되지만 짐작으로 알 리 없어 얇팍한 껍데기의 흔적을 찾아 핥고 핥아본다는 작가의 말처럼 저마다의 안도를 느껴본다.
/
아무리 핥아도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껍데기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알맹이가 얼마나 덧없고 연약했는지-
으스러지고 녹아 없어진 알맹이의 빈 공간에 혀를 들이댑니다.
알맹이의 흐릿해져가는 향기와 온기를 찾으며, 혀를 더 가까이 들이댑니다.
할짝할짝얼마나 핥아야 이 껍데기가 없어질까요
매끈한 코팅 질감에 지긋지긋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껍데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새로운 알맹이는 또 새로운 껍데기만을 남길테니까요.
2023년 개인전을 준비하며_ 이도소 작가노트
/
그 무엇보다 자연의 섭리를 가감없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이 작품들의 전시서문을 마무리하며
작가가 좋은 장소와 더불어 걷는 사람들을 만나며 대중에게 비평과 찬사를 듬뿍 받음과 수용안에 성장하며, 심지가 굳어져 예술안에서 빛나는 한 존재로써 본인을 증명하고,
삶을 고이 풀어 오래도록 함께 숨쉬며 긴 호흡을 이어가길 바란다.
_2023년 8월 여여한 파도를 품은 동해에서 소유안 큐레이터